"월세 25만원에 비어있던 원룸…한 달 200만원씩 벌었죠"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12-03 07:00   수정 2023-12-03 12:20

"고향인 통영에서 호스텔 사업을 했어요. 동업자와 분쟁을 겪으면서 무일푼 신세로 나오게 됐죠.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숙박 예약 업무를 담당했었기에 예약을 대행해 주는 여행사업을 하려고 했어요. 신용대출을 받아 월세 25만원짜리 사무실을 차렸죠. 하지만 사업이 쉽지 않았어요. 빚은 점점 늘고, 인테리어 공사비라도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워케이션 공간으로 내놨죠. '이게 될까' 걱정했지만, 4개월 만에 투자금을 전부 회수했죠. 월세보다 10배 가까운 이익을 거두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반기에는 3호점까지 늘렸죠. (웃음)"



단기 임대 시장이 뜨겁다. 기존 플랫폼에 이어 에어비앤비 호스트들도 단기 임대에 뛰어들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통영 원룸을 통해 초기 자본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이가 있다. 워케이션 수요를 공략해 월세의 10배를 벌었다. 단기 임대 플랫폼 리브애니웨어에서 활동 중인 이사랑(3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통영에서 단기 임대를 하는 이사랑(38) 입니다. 저는 20대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서울에서 스튜디오 공간대여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3개 지점을 운영하면서 목돈을 벌었죠. 그러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한국과 달리 집세를 주 단위로 내는 방식이 신기했죠. 새로운 단기 임대 형태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일과 여행이 삶으로 공존하는 형식이 흥미롭다는 생각에 통영에서도 워케이션 공간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7박 '8일'을 의미하는 '파리의 별장' 단기 임대 호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웃음)"

Q. 어떻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통영에서 호스텔을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와의 분쟁을 겪고, 혼자 나왔어요. 수중에는 돈 한 푼 없었고 빚도 지고 있었죠. 가진 자본이 없어 막막했습니다. 정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신용대출로 10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15년 된 건물에 4개월 넘게 공실이던 10평(약 33㎡)짜리 원룸을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에 임대했어요. 인테리어로 600만원, 비품비로 100만원을 썼죠."

Q. 처음부터 단기 임대를 하셨나요.
"1인 여행사 사무실로 쓰려고 했어요. 분쟁으로 나오게 된 호스텔의 숙박 예약 업무만 대행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파티룸으로 운영해볼까도 생각했는데 통영은 2030 수요가 적었어요. 주변 펜션들의 예약 대행을 하려고도 했지만, 코로나로 여행업이 어려워졌죠."



Q. 비어있는 공간을 어떻게 하셨나요.
"적자가 계속되자 공사비만 뽑자고 생각했어요. 때마침 재택근무가 많아지며 워케이션(일+여행) 붐도 있었습니다. 여행하듯 떠나와 일하기 좋은 사무공간을 찾는 수요가 있던 시기였죠."

Q. 홍보는 어떻게 하셨나요.
"인스타그램에 통영에 단기 임대를 홍보하는 글을 썼어요. 과연 예약이 올까 고민했는데 첫 게스트가 연락이 왔어요. 한 달 임대료로 200만원이었는데, 예약이 가득 찼죠. 4개월 만에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는 데 성공했어요. 2022년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플랫폼에 입점했어요."

Q. 수익은 어떤가요.
"월세 25만원의 10배 가까운 매출을 올렸어요. 수익을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섰습니다. 3개월 만에 2호점을 열었죠. 방 2개로 수수료를 제외하고 6개월간 정산금 1990만원을 받았습니다. 위약금 수수료 직거래 등을 포함하면 2200만원 정도 벌었죠."



Q. 어떤 매물을 골라야 하나요.
"타깃이 명확해야 합니다. 단기 임대는 하루 이틀 머무는 관광객이 아니라 거주자의 입장에서 봐야 합니다. 최소 1주일 이상 머물러야 해서 아무리 풍광이 좋아도 교통이 외진 시골은 힘듭니다. 일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에겐 직주근접 생활권 인프라가 중요하죠. 저의 매물은 5층짜리 상가 건물로 창문에서는 통창으로 바다 뷰가 보여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가면 카페가 있죠. 1분 거리에 대형마트, 100m 근처에 스타벅스와 도서관도 있습니다. 최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곳을 찾으면 워케이션 숙소에 제격이죠."

Q. 타깃을 정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머무는 게스트의 페르소나를 그려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들을 타깃으로 삼으려면 △4명이 머물 수 있어야 하고 △거실과 방이 분리되면 좋죠 △1층이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되거나 △소리 질러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을 구해 홍보해야 하죠. 실제로 평범한 빌라에서 별다른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고 당근마켓으로 가구만 채워놓고 월 순수익 100만원씩 버는 분들도 있어요."

Q. 성공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타깃을 정해야 해요. 저는 이제 워케이션 공간을 3개를 운영하고 있어요. 1년이면 52주*3=156주를 채워야 하겠죠. 보통 2주에서 한 달 머무는 분들이 많아요. 1년을 풀 예약을 하려면 워케이션 수요를 1년에 약 100명만 채우면 되죠. 저는 이 정도는 가능하다고 보고 3호점까지 확장했습니다."



Q.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공략해야 할까요.
"경기가 침체했던 거제도는 최근 조선업 수주가 들어오면서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어요. 단기로 일하려는 작업자들이 1~3개월씩 머물 곳을 찾고 있죠. 인테리어도 안 해도 되고 이불도 세팅하지 않는데 그래도 만실이라고 합니다. 월세 50만원인 곳에서 80~90만원을 받죠. 그런 빌라를 4채를 돌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울에서 시작한다면 직주근접이 포인트가 되겠죠. 지하철만 가깝다면 비즈니스 수요가 많을 거예요. 명확한 타깃이 있어야만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Q. 최근 국내 숙박업 상황은 어떤가요.
"올해 여름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났었죠. 통영 숙박업도 7~8월 매출이 정말 박살이 났다고들 하세요. 오히려 4~5월 매출이 더 좋았을 정도였죠. 저도 숙소 매출이 전혀 안 나와 임박 할인을 수시로 하기도 했어요. 이번 여름철 '공실 보릿고개'만 넘자는 생각으로요. 저는 그래도 가능한 게 최소 숙박 일수가 일주일 단위라 6박이면 18만원이 객단가이니 청소 인건비는 충당되니 다행이었죠. 펜션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네요. 바다 뷰 숙소인데 주말에 공실이 허다했죠. 어떤 사업이든지 무모하게 도전했다가는 굉장히 위험해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기 임대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경쟁자가 많아졌어요. 플레이어가 많아지고 있지만 시장이 확장한다는 건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 안에서 생존전략이 필요하죠. 임대업도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돈을 벌려고 시작하면 그것은 사업이에요. 자신만의 사업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단기 임대 사업 시 꼭 주의할 것은 임차 시 주인에게 '전대 동의'를 계약서상에 특약이나 전대 동의서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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